<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예술에 등장하는분뇨 이야기

관리자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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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등장하는분뇨 이야기


분뇨는 문학작품을 포함한 예술 각 분야에서 주제로 사용된다. 프랑스 소설가 루이 페르디낭 셀린이 '똥은 미래가 있소. 당신은 알게 될 것이오. 언젠가 똥의 담론이 생겨날 것이라는 사실을!'이라고 간파했던 것처럼, 예술가들은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완성된 그들의 작품을 일종의 정신적인 배설물로 이해했던 듯하다.


집안을 크게 이룰 똥 동양의 고전 『명심보감』 가정관리 7계명에는'집안을 이룰 아이는 똥을 황금처럼 아끼고 惜如金), 집안을 망칠 아이는 돈 쓰기를 똥 쓰듯 한다(敗家之兒用金如)'는 내용이들어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타난 소변의 기능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도 분뇨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느 날 밤 소설을 읽다가 잠이 든 시녀의 부주의로 왕비의 처소가 불에 타고 있었다. 그 전날 밤 나는 포도주를 잔뜩 마셨는데 그때까지 소변을 보지 않고 있었다. 불길 가까이 다가선 나는 곧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기시작했다. 불은 불과 3분 만에 꺼졌다. 모두 나의 소변 덕이었다「소인국편)', '시녀들이 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줌을 누었는데 그들은 소인국 기준으로 1천 리터짜리 술통의 세 배가 넘는 요강에다 한꺼번에 2백 리터짜리 술통 2개 정도의 오줌을 누었다(「대인국편)


동화 속에서도 보석처럼 빛나는 똥 오늘날 똥을 주제로 한 동화책도 수십 종에 이른다. 똥이 가진 생명력이 아이들의 동화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 셈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권정생의 강아지똥은 자신을 비하하던 강아지 똥이 어디선가 날아온 민들레 씨앗을 품고 거름노릇을 충실히 하여 민들레꽃을 피움으로써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의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통의 해학 속에 나타나는 오줌 안동 하회탈춤에서는 아리따운 마을 처녀가 숲속에서 방뇨하는 모습을 어떤 스님이 숨어서 훔쳐보다가, 용변을 마친 처녀가 자리를 뜨자 손가락으로 처녀가 누고간 오줌을 찍어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향기와 악취는 통한다 인간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하며 위대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분뇨에서는 냄새가 난다. 사람들은 특히 똥에서 심한 악취를 느끼고 기피하는데,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이런 악취는 대소변을 가려야 하는 시기가 되면서 대변 냄새가 악취라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대변 냄새가 악취라는 것은 오로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한 선입견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미각을 자극하는 몇몇 요리들은 대변 냄새와 비슷한 향을 갖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 호남지방의 홍어 찜이나 동남아시아가 주산지인 과일 두리안에서도 대변 냄새와 비슷한 향이 풍긴다. 매혹적인 향을 풍기는 향수에도 대부분 대변 성분에 포함된 스카톨이 들어간다. 대변에서 나는 냄새의 주성분인 인돌은 고급 향수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며 향료의 왕으로 불리는 재스민 오일에도 들어있다.


결국 극과 극은 통한다는 진리가 향기와 악취 간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실제 분뇨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난처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글로 쓰는 분뇨 이야기는 파고들수록 흥미로우며 향기까지 넘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글쓴이 조의현, 이담북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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