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분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생활과 역사 속의 분뇨

관리자 │ 2024-04-25

HIT

6

분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생활과 역사 속의 분뇨


고대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의 '오줌세' 고대 로마의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벡티갈 우리나이 (Vectigal Urinae)'라는 새로운 세금을 징수했는데 우리말로 하면 '오줌세'에 해당한다. 가십을 좋아하는 로마인들이 도마 위에 가장 많이 올려놓은 이 세금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화장실에 모인 오줌을 수거해 양털에 포함된 기름기를 빼는데 사용하던 섬유 업자들에게 부과했다. 오줌을 공짜로 사용해서 이윤을 낸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들 티투스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아들의 코앞에 은화를 들이대면서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티투스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자 황제는 다시 말했다. "(냄새가 나지 않느냐? 이건 오줌세로 거둔 세금인데." 오늘날에도 유럽에서는 베스파시아누스라는 이름이 그 나라 공중화장실의 통칭으로도 사용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베스파시아노'라는 말이 고대 로마


의 황제가 아니라 공중화장실을 지칭하는 게 보통이다. 북한의 '분뇨 소동' 2010년도의 이야기이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남한의 비료 지원이 중단되자 북한 정부는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인분 수거운동'을 벌였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인분수거에 북한 주민들은 '똥도 먹어야 싸지!'라며 반발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똥 도둑'까지 생겼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의 대변은 노랗고 윤기가 있는 반면 북한 사람들의 똥은 시퍼렇게 죽은 색깔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아파트의 공용화장실을 들여다보면 중국 사람이 왔다 갔는지 금방 알 수 있다는 우수개소리까지 전해진다. 한편 중국에서는 분뇨가 중요한 거름으로 인식되어 마오쩌둥 집권 시기에는 분뇨가 개별생산자의 재산이 아니라 코뮌(Commune, 인민공사)의 재산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효도와 '똥맛'의 관계 중국 당나라 때 이연수가 동진왕조에 이어양쯔 강 남쪽에서 흥망한 4개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남사(南史)』의 「금루전」에는 효를 실천하기 위해 분뇨를 활용한 사례가 씌어 있다. 금루의 아버지가 병을 얻었는데, 의사가 "병세를 알려면 똥을 맛보아 맛이 달면 병세가 심한 것이고, 똥이 쓰면 차도가 있는 것"이라고 하자, 금루가 즉시 아버지의 똥을 맛보았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효가 대단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 편찬한 오륜행실도(伍行)』에도 '똥이 쓰면 곧 낫지만 달면 더 깊어진다'는 기록이 있는데 『남사』의 기록에 뿌리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브레즈네프의 대변이 필요했던 이유 옛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가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방문 직전 브레즈네프가 묵을 호텔의 내부 배관망을 수리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후 소식통에 의하면 브레즈네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배설물을 얻으려는 서방 정보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과거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 정보전에서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2018.4. 판문점 "자유의 집"을 방문했던 김정은도 휴대용 화장실을 갖고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헤라클레스, 강의 물줄기로 똥 더미를 치우다 고대 엘리스의 왕 아우게이아스는 2,000마리의 소가 내질러놓은 똥을 30년간 방치해 놓았는데, 당시 추정치로 약 10만 톤의 쇠똥이 외양간의 바닥을 평균 1m씩 높였다고 한다. 외양간 청소를 하게 된 헤라클레스는 무식하게 삽부터 들이대지 않고, 가까이에 위치한 페네우스 강의 물줄기를 돌려 하루 만에 30년간 방치되었던 똥 더미를 말끔히 처리했다고 한다. 배설물과 오물 때문에 도로의 지면이 높아지고, 중세 도시의 지면이 수백 년을 거쳐 내려오면서 몇 미터씩 솟아올랐다는 기록은 여러 문헌에서 전하고 있다.


도둑이 똥을 싸는 이유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물론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서도 도둑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도둑질을 할 때 그 집 마당 구석에 똥을 누면 잡히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속설이 생긴 이유는 배변의 더운 기운이 식을 때까지 그 집 사람들이 깨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이다. 도둑이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어떤 도둑들은 똥을 눈 뒤 쟁반 등으로 덮어서 빨리 식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가장 비싼 똥과 가장 향기로운 똥 가장 비싼 똥은 미국 유타주 행크스빌에서 발굴된 23개의 화석화된 공룡의 똥으로 1993년 런던 경매에서 4,500달러에 낙찰되었다. 파충류의 식습관을 알려주는 정보의 보고가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가장 향기로운 똥은 짝짓기하기 전 어린 여왕벌의 배설물인데 이 여왕벌은 방향물질로 다른 벌레들을 통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장 긴 똥에 대한 기록도 있다. 캐나다 앨버타에서 발견된 공룡의 똥은 길이가 64cm인데, 이것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작아진 것이다.


변비의 세계기록 어느 영국 저널리스트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변비의 세계기록은 102일이다. 1808년에 10년 동안 만성 변비로 고생한 한 30세 남성은 평균적으로 20일에서 24일에 한 번씩 볼일을 보았다고 한다. 변비는 신체적 고통보다 심리적 고통이 심한 병으로 현대 의학에서는 5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하면 변비로 규정한다. 참고로 정상인의 배변회수는 하루 1회가 기본이지만 개인차가 매우 커서 하루 3번 혹은 일주일에 3번까지도 배변의 정상범위로 인정된다.


시베리아 추크치족의 손님 접대 방식 시베리아 추크치족은 이상한 방법으로 손님을 접대하는데 자신들의 풍습을 자랑스러워한다. 이들은 손님에게 자신들의 아내를 제공하는데 손님은 역겨운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손님과 밤을 함께 보내기로 한 부인이 자신의 오줌 한 사발을 권하면 손님이 그 오줌으로 자신의 입안을 깨끗이 헹구는 것이다. 기꺼이 감당하는 손님은 그때부터 환대를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족 전체의 적으로 간주된다. 점잖은 손님에게 정중히 아내를 제공하는 이런 풍습은 세계적으로 많이 확인되고 있다.


남자들도 함께 살면 배변 주기가 같아진다 여자들은 몇 달 같이 살면 월경주기가 비슷해지는데 남자들도 함께 살면 배변주기가 같아진다. 남학생 10여 명이 화장실 하나를 함께 쓰는 대학 기숙사에서는 이러한 현상으로 곧잘 문제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배변주기가 같아지면 우정도 두터워진다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의 '대변 모집' 2014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미생물연구실은 교내에 '참여자들은 필히 대변을 제공해야 합니다'라는이색 공고를 냈다. 미생물시험에 사용할 대변시료를 모으는 것으로 최근 6개월 내에 어떤 항생제도 투여한 적이 없는 20-40대의 건강한 성인으로 자격을 제한했는데, 공고 하루 만에 모집인원 30명을 모두 채웠다.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걸려있었지만 자신의대변을 제공해보자는 호기심에서 참여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학교당국은 밝혔다.


똥의 이동이 만들어 낸 도시와 시골의 단절 세계 어디서나 도시가시골에 비해 문명의 혜택을 먼저 받게 된다. 유럽의 분뇨 처리 과정을 보아도 도시의 악취가 시골로 운반되면서 도시와 시골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양상이 연출되었다. 시골로 운반된 도시의 오물이 밭에서 금(비료)이 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더이상 똥 냄새가 나지 않게 된 대신, 부르주아 계급에서는 돈 냄새가, 프롤레타리아 계급에서는 빈곤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의 시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위장전입을반사회적 범죄로 규정지은 한 지방출신 국회의원은 절묘한 '변(론'을 발표했다. 'A는 대도시의 위성도시에 살지만 주소지는 대도시다. 그래서 변衡은 위성도시에서 보면서 세금은 대도시에서낸다. 수많은 A들 때문에 위성도시에는 치워야 할 변이 쌓여가지만, 정작 주민은 줄고 하수처리에 투자되는 돈이 늘어나 재정은 계속 부실해 진다. 결국 남는 건 재정파탄 뿐이다.' 역사는 언제나 비합리가 먼저 합리를 지배하면서 발전해 왔음을 화장실과 관련한 분야에서도 실감할 수 있는 경우라 하겠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글쓴이 조의현, 이담북스 중에서




이전글 <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분뇨는 어떻게 사용되어 왔을까?
다음글 <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예술에 등장하는분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