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 화장실을 탄생시킨 '위대한' 분뇨

관리자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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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를 순수 우리말로 바꾸어 보면 똥과 오줌이다. 오늘날에는 분뇨가 악취를 풍기는 폐기물로 분류되지만, 인류 역사에서 분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활에 필요하며 나아가 신성하고 위대한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한자에서 똥을 의미하는 '분은 '米(쌀미)'자와 '異(다를 이)'자가 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로서, 우리의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소화과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배출된 것이 분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배출된 똥은 다시 거름이 되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준다. 성경에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태복음 15장 11절)"는 구절이 나온다. 입으로 들어가 뒤로 나오는 것이 더럽고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온갖 생각들이 인류에게 해악을 가져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똥을 신성하게 여긴 예는 유럽의 광인축제 등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렇듯 인간과 짐승의 배설물을 종교의식 등에 사용하는 행위는 세계 방방곡곡에 있었다. 한 예로 유럽 일부 지역의 사람들은 인간의 똥과 오줌을 한데 버무려 최음제로 복용하기도 하였다.


분뇨는 종류를 막론하고 그것을 배설한 당사자에게는 말 그대로 똥 같은 물질이지만 다른 당사자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것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의 배설물에는 원래 섭취한 영양분의 8퍼센트까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고대부터 분뇨는 농사에 필요한 천연비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며, 사막의 쇠똥구리나 따뜻한 곳에서 사는 뿔파리 애벌레에게는 똥이 주식이 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분뇨는 모든 동물 중 인간만이 갖고 있는 '화장실'이 탄생하고 발전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분뇨를 저장할 시설이 필요했다. 불가(佛家)에 연기설 조건이 모여서 일어나고 조건에 따라 변화한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분뇨를 농사에 필요한 거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았는가 하면, 분뇨를 폐기물로 취급한 서양에서는 위생적인 처리를 위한 방법을 찾아 화장실을 만들고 발전 시켜왔다. 이렇듯 인간이 화장실을 만들고 발전시킬 수밖에 없는 조건을 조성한 분뇨에 대해 '위대하다'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 분뇨를 구성하는 성분


인간이 배설하는 분뇨는 크게 물과 고형성분인 유기물질로 구성되는데 대변은 77%, 소변은 94%가 수분이다. 대변의 경우 고형성분은 죽은 세균, 음식찌꺼기, 인산칼슘, 지방질, 단백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변은 수분 외에 미량의 요소, 미네랄, 염분, 호르몬, 효소 등으로 구성되며 가장 좋은 색깔은 레모네이드 색이다. 일반적으로 바나나 모양으로, 단단하지도 않고 묽지도 않으면서 연한 황갈색으로 냄새가 없는 똥을 좋은 똥 또는 건강한 똥이라고 하는데, 그 양이나 형태, 색깔 등은 섭취하는 음식물의 종류와 장의 기능 등에 따라 좌우된다. 입을 통하여 섭취한 음식물은 위를 거쳐 약 9m의 여행을 마치고 항문을 통하여 배출되는데, 총 소요 시간은 24시간에서 48시간 정도가 걸린다.


대변에서는 세균 분해 작용의 부산물로 냄새가 발생하는데, 대장 안에 있는 세균의 종류와 먹는 음식, 나이와 건강상태 등에 따라 악취가 달라진다. 실제로 냄새를 유발시키는 물질은 고형성분에 포함되어 있는 인돌(Indole), 스카톨(Skatole), 황화수소 등이다. 이들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한 것으로 단백질이 많을수록 악취는 더 심해진다. 그래서 단백질 성분이 많은 육식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대변에서 풍기는 악취가 더 심하다.



출처 <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글쓴이 조의현 이담북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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